모리스 라벨은 작곡을 할 때에 스스로 어떤 제약을 두고 그 틀 내에서 작곡
하기를 좋아했다. 피아니스트가 왼손만으로 연주하는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을 비롯해 전곡을 통해 일관된 리듬과 선율이 흐르는 "볼레로", 생
활 주변의 풍경을 그저 객관적으로 묘사하고자 한 "거울" 등이 그 대표적
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라벨이 본격적으로 작곡을 시작했던 20세기 초반은 
19세기 리스트로부터 시작된 기교주의가 한창 인기를 누리던 시기였다. 이 
때 라벨은 발라키레프가 피아노곡으로 편곡한 "이슬라메이"를 듣고 그의 친
구인 모리스 델라쥐에게 "이슬라메이"보다 연주하기 어려운 곡을 작곡하겠
다고 선언하였다. 라벨의 피아노곡은 그다지 많지 않다. 피아노 협주곡 G장
조와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을 제외하면, 그다지 두껍지 않은 한 권의 
책으로 출판할 수 있으며, 요즈음의 CD로는 두 장이면 충분히 모든 곡을 들
을 수 있다 (1952년에 로베르 카자드쉬가 전집을 녹음한 데 이어, 블라도 
페를무터, 베르너 하스, 상송 프랑스와, 발터 기제킹 등 많은 피아니스트
가 라벨의 피아노곡을 전부 녹음한 바 있다). 1895년에 작곡한 "고풍스런 
메뉴엣 (Menuet Antique)"에서 1917년의 "쿠프랭의 무덤 (Le Tombeau de 
Couperin)"에 이르기까지, 오케스트라곡의 편곡판 ("라 발스" 같은)을 포함
하여 10곡 남짓한 피아노곡을 작곡했을 뿐이다. 라벨의 피아노 음악은 어
느 것이나 기술적으로 어렵지만, 특히 "이슬라메이"의 기술적 수준을 분명
히 능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곡은 후에 작곡한 "라 발스"를 제외하고
는 "밤의 가스파르"밖에는 없다. 그러므로 라벨이 스스로 선언한 "이슬라메
이"를 능가하는 난곡은 "밤의 가스파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래서인
지 "밤의 가스파르"는 오늘날 피아니스트들이 가장 연주하기 꺼리는 곡 중 
하나이다. 이 곡에는 하프를 연주하는 듯한 끝없는 아르페지오를 비롯하여 
억센 액센트와 집요하게 교차하는 양 손가락의 움직임, 18대 22라는 황당
한 양손의 상승 아르페지오 등, 기술적으로 리스트를 능가하는 참신함과 난
해함을 보이고 있지만 피아니스트들이 이 곡을 어려워하는 것은 기술적인 
면 보다는 음악 자체의 난해함 때문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밤의 가스파
르 (Gaspard de la nuit)"라는 이름은 프랑스의 낭만주의 시인인 알로와쥬 
베르트랑 (Aloysius Bertrand, 1807-0841)의 몽환적인 산문시집의 제목이
다. '가스파르 (Gaspard)'는 불어로 '교활한 사람'이란 뜻이다. 라벨 그 자
신이 뛰어난 피아니스트였지만, 그가 아직 10초반의 소년이었을때 사귄 절
친한 친구 리카르도 빈스 (Richardo Vines)는 20세기 전반의 가장 뛰어난 
피아니스트의 한 사람이 되었으며, 1902년에서 1909년 사이에 작곡되어진 
대부분의 작품을 초연하였다. 피아니스트로서 빈스는 대단히 말끔하고 화려
한 기교를 가지고 있었으며 라벨이 피아노작품을 작곡할 때 가장 많은 조언
을 한 연주자였다. 리카르도 빈스는 단지 화려한 피아니스트였을 뿐 아니
라 풍부한 문화적 식견을 가진 사나이였으며 베르트랑의 무시무시한 산문
집 "밤의 가스파르"를 라벨에게 소개시켜준 사람이기도 했다. 라벨은 그들 
중 3편 - 물의 요정 (Ondine), 교수대 (Le Gibet), 스카르보 (Scarbo) - 
을 선택하여 1908년 여름에 일련의 피아노곡으로 작곡해냈다. "밤의 가스파
르"는 감상하기에 어려운 음악은 아니다. 전곡의 연주시간도 20분 남짓 정
도로 짧고, 각각의 곡은 강한 개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이 음악이 무
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가 분명히 나타나는 곡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 점
이 피아니스트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는 것으로, 라벨이 이 곡에서 요구
한 차가운 음색과, 어두운 정열, 몽환적, 괴기적인 분위기를 난해한 기교
를 이용하여 표현해 낸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이다. 

1. 제 1곡: "물의 요정 (Ondine)"

어느 정도 소나타-알레그로 형식을 취하는 듯하다. 매우 변칙적이긴 하지
만 제시부와 전개부, 재현부, 코다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화성구조도 드
뷔시의 음악에 비해 훨씬 가지런하다. 베르트랑의 시에 라벨의 음악을 그대
로 대입할 수는 없지만 "'Ondine"의 첫 머리는 다음과 같이 시작한
다. "listen, listen...! It is I, Ondine, who scatter these drops of 
water on your tinkling window-pane, lit by the moon's pallid rays... 
(들어봐요, 들어봐요...! 창백한 달빛에 비친 당신의 유리창에 물방을을 흩
뿌려 울리게 하는 것은, 나 옹딘예요...)". 이 귀절을 염두에 두고 "옹
딘"의 첫 머리를 들어 보면 라벨이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지는 명백해진
다. C sharp장조로 전개되는 32분음표의 자잘한 트레몰로는 비오는 밤의 섬
세한 풍경을 표현하는 것이다. 첫 마디는 못갖춘 마디이며 두 번째 마디의 
중간부에서 왼손에 제 1주제의 선율이 등장한다. 오른손의 트레몰로에 왼손
의 선율이 합쳐지면서 환상적인 분위기가 전개되기 시작한다. 14번째 마디
까지는 화성적 변화가 있을 뿐 동일한 주법이 계속되다가 15번째 마디부터 
3/4박자로 전환되면서 두 마디에 걸쳐 왼손의 선율은 아르페지오를 동반하
고, 오른손에는 기교적인 변화가 나타난다. 17번째 마디부터 선율선은 오른
손으로 옮겨지지만 선율이 펼쳐지는 음역에는 큰 차이가 없다. 바로 이 마
디에서부터 왼손과 오른손이 교차하면서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 음형이 등
장하는데 이 아르페지오가 연상시키는 호수면에 파문이 번지는 듯한 회화
적 이미지를 잘 표현해 내야만 곡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릴 수 있게 된다. 
널찍하게 파문이 퍼지는 듯한 왼손의 조용한 상승음계에 이어 24번째 마디
에서 다시 첫 머리와 유사한 트레몰로가 등장하지만 도입부와는 다른 기교
가 사용되고 있다. 선율은 오른손의 트레몰로에 겹쳐서 등장하며 중간중간 
수면 (水面)에 퍼지는 파문을 연상시키는 아르페지오가 끼어드는 형태로 한
동안 곡은 진행된다. 제 2주제는 이 과정에 등장하는데 33마디째에 첫 머리
와 동일한 오른손 트레몰로를 동반하여 2/4박자의 형태로 왼손에 제시되며 
곧바로 3/4박자로 전환한다. 이 두 번째의 주제는 1주제와 선율적으로 매
우 유사한데에다 오른손의 반주음형도 동일하여 거의 대조감을 주지 않는
다. 이 과정에 문제가 되는 것은 두 가지 주제 사이에 공통점이 많은 관계
로 단조로움을 느끼기 쉽다는 것이지만 라벨의 작곡기법 자체가 고도로 교
묘하여 유사한 느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동기가 다른 박자를 가지고 적절
히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제 2주제는 양손의 교차하는 아르페지오와 함
께 진행되며 43마디에서 다시 1주제가 돌아오는데 이 부분부터를 전개부로 
간주할 수 있다. 오른손의 기교는 첫 번째 제시에서 등장했던 것과 같은 형
태가 빈번히 교차하며 변화하고 주제 선율은 주로 낮은 음역에서 노래되어
진다. 2주제를 포함한 몇 가지 요소들이 등장하고 다양한 손가락 기교들을 
선보이면서 음악은 장대하게 발전해 간다. 전개부에 있어서 재미있는 것은 
악상의 발전에 따라 곡 자체가 서서히 크레센도 되어간다는 점이다. 당연
한 결과로서 악상이 최대로 발전했을 때 이 곡의 첫 번째 ff가 등장한다. 
이 과정에 이르는 기법은 매우 효과적이어서 서서히 고조되는 악상을 쉽게 
알 수 있다. 클라이막스에서는 반 박자 간격으로 동일한 기교가 반복되고 
또 이 과정마다 화성도 변화한다. 음악적 파란이 서서히 가라앉으면서 클라
이막스와 닮은 기교가 점점 단편적으로 등장하고 파문이 크게 번지는 듯한 
악상이 등장한 후 다시 1주제가 짤막하게 재현된다. 이제 곡은 Tres lent, 
3/4박자로 변화하여 4마디에 걸쳐 오른손의 단선율이 흐르는데 이 부분은 
베르트랑의 시 중 "And when I replied that I loved a mortal woman... 
(그리고 나는 인간의 여성을 사랑하노라고 대답하자)"을 표현한 것이다. 이
어지는 부분은 당연히 요정의 신경질적인 반응인 "she sulked in 
annoyance, creid a little, and then with a burst of laughter vanished 
into a shower of dew which ran in white streaks along my blue window-
panes (그녀는 샐쭉해져서 투정부리고 조그마 하게 울고, 그리고 갑작스레 
소리내어 웃고는 물방울이 되어 나의 푸르스름한 창문을 타고 하얗게 흘려
내려서는 흩어져 버렸다)."를 묘사한 것이 된다. Rapide et brillant로 급
격히 속도가 바뀌면서 먼저 왼손에 낮은 E flat음이 한 옥타브를 뛰어 제시
되고 이어서 양손에 의해 화려한 아르페지오가 펼쳐진다. 모놀로그에 이어
지는 이 코다의 효과는 정말 놀라울 정도이다. 음색의 표현여부에 따라, 유
리에 부딫혀 색색으로 흩어지는 물방울의 화려한 효과, 요정이 당황하여 흘
리는 눈물 등의 다양한 회화적 이미지가 실감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여기
에서 유의할 점은 요정의 신경질적인 반응을 표현하기 위해 코다의 첫 음부
터 포르테로 연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바로 앞의 단선율의 마지막부분
은 분명 디크레센도되는 부분이며 코다에서 첫 번째 아르페지오는 약음에서
부터 크레센도되어 아르페지오의 최고음에서 비로소 ff가 등장하는 것이
다. 이후에는 계속하여 완만하게 데크레센도도어 곡의 막마지에서는 ppp의 
섬세한 효과에 의해 끝맺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음반을 들어 보면 대부분
의 피아니스트가 이 아르페지오를 첫머리부터 ff로 연주하는 것을 들을 수 
있는데 1909년 Durand사의 초판본에는 분명히 ff가 아르페지오의 중반부터 
등장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며 최근의 악보에서도 ff의 위치는 변함이 없으
므로 갑작스럽게 포르테로 연주하는 것은 현대의 잘못된 관행이라 할 수 있
겠다. 

제 2곡: "교수대 (Le gibet)"

첫 번째 곡의 관능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에서 분위기는 돌변하여 곡 전체
에 쉬지 않고, B flat의 종소리가 울려퍼진다. 하지만 이 리듬이 단순하지 
않고 4/4박자로 시작하여 3/4박자, 6/4박자, 5/4박자, 다시 4/4박자로 쉴 
새 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반대로 B flat의 음형은 곡의 흐름과는 전혀 상관
없이 고집스럽게 등장하고 있어 리듬의 통일성을 잡기가 쉽지 않을 듯 하지
만, 실제로 곡 자체에서는 이것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어 놀랍다. 이 오
르겔풍크트는 원 시의 맨 마지막 구절에 등장하는 "It is the tolling of 
the bell that sounds from the walls of a town beyond the horizon, and 
the hanging corpse glows red in the settling sun."의 풍경을 나타내는 
것이 명백하며 "성벽에서 들려오는 종소리"와 바람에 흔들거리는 죄수의 시
체를 표현한 것이다. 집요하게 울려대는 종소리는 곡을 감상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최면적인 효과까지 일으킨다. 곡의 시작과 동시에 종소리가 울려퍼
지며, 주제는 3번째 마디부터 등장한다. 6번째 마디부에서는 선율이 높은 
음역에서 나타나고 3도로 한 번 되풀이된다. 곡이 진행되어 화성이 두터워
질수록 약한 터치를 요구하는 경향이 있어 "Ondine"나 "Scarbo"에 비해 기
술적으로 어렵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연주하기는 굉장히 까다로운 곡이다. 
곡 전체를 통해 pp와 ppp로 일관하고 있으며 곡의 진행과 엇갈려 튀어나오
는 B flat의 종소리로 인해 나른하면서도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곡이
다. 

제 3곡: "스카르보 (Scarbo)"

"스카르보"는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조그마한 요정이다. 한국의 도깨비 같
은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동양과는 달리 유럽에서는 이 "스카르
보"의 장난에 사람이 놀라지 않고, 오히려 귀찮아 한다는 문화적 관념이 깔
려 있으므로 이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곡에서 등장하는 격렬
한 액센트나, 숨가쁘게 질주하고 극적으로 고조되는 악상은 사람을 놀리려
고 이리 저리 굴러다니고 한없이 커지는 스카르보의 모습을 음악화 한 것이
다. 물론 그 장난을 바라보는 사람은 무덤덤할 뿐이다. 곡은 11부분으로 나
뉘어지는 복잡한 구성을 하고 있다. 첫 번째 부분 (A)은 Modere, G, G 
sharp, D sharp의 음이 낮은 음역에서 차례로 울려퍼지고 한 옥타브 위에
서 D sharp음이 연타된다. 처음에 울리는 세 개의 음은 괴기스러운 분위기
를 강조하며 이어지는 연타음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길다란 휴지 
(Permata)가 있고, 동일한 악구를 반복한다. 다음 부분에서는 첫머리에 등
장하는 세 개의 음을 한 번 반복한 후 16분음표로 변화시켜 속도를 점차 빨
리하면서 급격히 크레센도되어가다가 갑자기 양손에 의한 트레몰로가 등장
한다. 이 트레몰로는 중간에 ff를 가지며 양 끝은 pp이다. 이어 au Mouv 
(vivo)로 새로운 선율이 격하게 등장한다 (B). 왼손은 아르페지오로 크게 
요동치고 오른손은 이내 긴 페달포인트를 가지면서 정지하다가 왼손의 움직
임을 이어받는다. 이 움직임이 끝나기 전에 59마디째에 스타카토를 동반한 
새로운 음악적 소재 (C)가 나타나서 잠시 진행된다. 한 동안 진행되던 이 
악상은 80마디째에서 왼손의 억센 액센트를 동반한 패시지로 변화하고 단호
한 화음으로 끊어버린 다음 94마디에서 다시 새로운 주제 (D)로 이어진다. 
이 주제는 프로코피에프를 연상시키는 생기있는 액센트를 동반하여 리드미
컬하게 진행되며 옥타브로 점프하는 양손의 음형을 타고 161번째 마디에서 
또 다른 주제 (E)를 제시한다. 이 주제는 싱커페이션을 동반하고 있으며 강
한 억양에 비해 작은 음량 (pp)으로 연주하게 되어 있어 매우 인상적이다. 
이 음형이 진행되는 중간중간에 바로 앞 부분에 등장하던 옥타브의 트레몰
로가 음악의 진행을 방해하면서 쉴 새 없이 끼어든다. 168마디에 이르면 
이 두가지 음악적 요소는 드디어 결합하여 오른 손에 싱커페이션의 주제
가, 왼손에는 옥타브 음형이 변형되어 동시에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시종 
약한 소리로 일관하고 있어 굉장히 긴장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소재는 
꽤 오랫동안 진행되어 214마디에서 세 번째 소재 (C)가 돌아올 때 까지 계
속된다. (C)는 이번에는 장식음을 동반하여 스피디하게 전개되고 228마디
에 양손이 숨가쁘게 교차하는 하강음형에 이어 232마디부터 3마디에 걸쳐 
오른손에 18잇단음표, 동시에 왼손에서는 22잇단음표라는 황당한 아르페지
오가 등장한다. 게다가 이 아르페지오는 급격히 힘을 줄여나가도록 지시되
어 있다. 동일한 음형이 약간 기교를 바꾸어서 다시 한 번 등장하고 (D)의 
주제가 장식음을 동반하여 다시 등장한다. 이후 화려하게 진행되는 기교적 
악구 속에서 (E)의 소재가 (D)와 엇갈려서 등장하고 양손이 교차하여 급격
히 상승했다 하강하고, 314마디에서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 (B)의 소재
가 등장한다. 여기에서 394마디에 이르기까지 곡의 소재는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이리저리 얽히고 음악은 무자비할 정도로 격렬하게 진행된다. 음악
의 클라이막스를 이루는 소재는 격렬한 싱커페이션을 가지는 (E)로서 거대
하게 부풀어 오르는 스카르보를 상징하는 것이다. 395마디에 이르면 음악
은 겨우 진정되어 첫 머리의 동기를 되풀이 한다. 이번에는 동일한 음형이 
3번 반복되고 마지막에는 D sharp의 연타음이 양손의 물결치는 듯한 패시지
로 발전하면서 왼손에 (C)가 느릿하게 등장하여 변형된 음형이 계속적으로 
진행된다. (C)는 점차로 변형되어 새로운 주제 (F)를 만들어 내고 변형된 
(B)를 왼손에 두어 잠시 진행되다가 다시 (E)가 등장하여 음악적 고조를 거
듭한 끝에 곡의 참다운 클라이막스에 도달한다 (563마디). 마지막에는 "옹
딘"의 첫 머리를 떠오르게 하는 트레몰로가 등장하고 슬그머니 상승하는 음
형으로 곡을 끝맺는다. 

★ 추천음반 (비교 해설) 

1. Arturo Benedetti Michelangeli (piano) PHILIPS 음반

미켈란젤리는 잘 알려진 대로 극단적인 완벽주의자였기 때문에 레퍼토리의 
선정 하나에도 신경질적일 정도로 까다로운 모습을 보였었다. 그런 까닭에 
미켈란젤리가 평생동안 연주한 곡목이라고 해도 드뷔시의 피아노음악들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일관성을 보이지 않고 있을 정도인데 드뷔시, 슈만과 더
불어 미켈란젤리가 평생동안 가장 자신있게 연주했던 곡은 바로 "밤의 가스
파르"였다. 미켈란젤리의 연주는 어느 것이나 투철한 장인정신의 산물이라
고 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공들인 흔적이 역력히 드러난다. 음표 하나, 
보면상의 사소한 지시 하나도 철저히 연구하고, 음악적인 흐름을 완전히 파
악한 후에야 연주에 임하는 만큼 적어도 독주곡에 있어서는 최고의 완성도
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그가 장기로 삼았던 "밤의 가스파
르"의 녹음은 다른 어떤 연주와 비교해도 쉽게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완성도
를 보여주고 있다. 미켈란젤리는 세 종류의 "밤의 가스파르"녹음을 남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 두 개는 라이브 녹음며, CD화 된 것은 
1959년의 스튜디오 녹음, 그리고 1987년의 라이브 녹음 두 종류인데, CD화 
되지 않은 1957년의 이탈리아 라이브를 제외하면 두 종류 모두 상당히 최근
에야 음반으로 접할 수 있었던 까닭에 그 연주의 수준에 비해 너무나도 알
려져 있지 않은 음반이었다. 드뷔시의 음악도 마찬가지이지만, 라벨의 피아
노곡은 음반의 녹음 상태가 좋을수록 음악적 내용을 상세하게 전달할 수 있
다는 유리함이 있다. 기제킹이나 카자드쉬의 역사적인 녹음들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가 바로 음질이기도 하다. 미켈
란젤리의 이 1959년 녹음도 결코 음질이 우수하다고 할 수는 없다. 히스노
이즈가 적지 않게 들리는 데에다 최근의 산뜻한 녹음들과는 달리 약간 어두
운 분위기를 주는 녹음이어서 음악을 감상하는 데에 있어, 무척 불리한 점
이 되고 있다. 그런 불리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연주에서는 곡에 대한 미
켈란젤리의 넘치는 자신감을 쉽게 느낄 수 있다. 특유의 템포감각 때문에 
언뜻 듣기에는 박력이 결여되어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 연주
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과 절묘하게 엮어진 구성요소들, 미켈란젤리만이 
낼 수 있는 아름다운 음색 등을 듣고 있으면, 라벨이 "밤의 가스파르"라는 
곡을 통해 어떤 이미지를 전 달하려 했는지, 그리고 미켈란젤리가 받아 들
인 라벨의 이미지가 어떤 것인지 또렷하게 떠 오른다. "물의 요정"에서 가
장 놀라운 것은, 결코 느리지 않은 템포 (5:47)이지만, 훨씬 느린 템포를 
취한 포고렐리치나 아르헤리치 이상으로 아른거리는 듯한 곡의 이미지를 또
렷하게 잡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곡의 흐름은 물 흐르듯 순탄하면서도 양손
이 표현해 내는 이미지는 쥐었다, 놓았다 하는 다이내믹의 흐름을 완벽하
게 제어하고 있어 이 곡에 비할 바 없는 생명감을 주고 있다. 특히, 클라이
막스에서 물방울 하나하나가 부서져 무지개빛으로 빛나는 듯 한 화려하고 
격렬한 느낌, 하프를 연주하듯 유려하게 울려퍼지는 글릿산도의 아름다움
은 다른 연주에서 결코 찾아볼 수 없는 미켈란젤리만의 매력이라 하겠다. 
모놀로그에서 이어지는 코다의 아르페지오 역시 극히 화려하지만, 작곡자
의 강약지시를 완벽하게 이행하고 있다. "교수대"는 종소리가 굉장히 인상
적으로 들려오는 연주이며, 다른 어떤 연주보다도 강한 억양을 가지고 있
다. 전체적으로 가만 가만 진행되는 곡이며 pp에서 ppp사이를 크게 벗어나
지 않으므로 조심스러운 터치가 요구되는 곡이지만, 미켈란젤리는 악보에 
나타나 있는 액센트를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매우 강한 인상을 준다. 곡 막
바지에 등장하는 ppp의 섬세한 터치 또한 훌륭하다. "스카르보"의 템포는 
비교음반들 중 가장 느린 편에 속한다 (9:33). 첫머리의 템포는 그다지 느
린 편은 아니지만, 왼손의 연타음이 처음에는 하나의 울림으로 들려오고 마
디가 진행되면서 가만히 연타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본격적으로 템포가 빨
라지는 부분에서는 그다지 속도를 올리지 않고 있지만, 악보상의 강약지시
를 그야말로 완벽하게 이행하고 있으며 음악적 요소가 숨가쁘게 교차하는 
부분에서 이르러서도 전혀 흐트러짐이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목할 만
한 부분은 366마디 부근의 첫 번째 클라이막스와 563마디 부근의 두 번째 
클라이막스 사이의 강약 차이이다. 첫 번째는 ff로, 두 번째는 fff로 등장
하고 있는데 이 차이를 미켈란젤리만큼 완벽하게 보여주는 연주는 없을 것
이다. 또 하나는 369마디 부근에 등장하는 연타음들이다. 처음에는 하나의 
소리로 들려오던 것이 반복되는 동안에 으르렁거리는 듯한 울림으로 변하
고 다시 연타음이 들리기 시작하다가 결국에는 현악기를 연주하는 듯한 물
결치는 음형으로 만들어 가는 미켈란젤리의 솜씨는 정말 무서울 정도이다. 
미켈란젤리의 이 연주는 악보에 가장 충실하면서도 연주자의 곡에 대한 확
신이 잘 나타나 있어 음악적인 안정감과 독특한 감성을 동시에 즐길 수 있
다. 기교적인 면에서도 아무런 하자가 없는 '최고의 선택'이다. 

2. Martha Argerich (piano) DG음반 

아르헤리치의 "밤의 가스파르"는 너무나 유명한 연주이기 때문에 굳이 상세
한 코멘트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지금은 포고렐리치나 베레초프스키 
같은 피아니스트들이 연주한 독특한 해석의 "밤의 가스파르"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이 음반이 처음으로 발매된 1975년 (녹음은 1974년) 당시 프랑스와
나 기제킹의 "밤의 가스파르"를 생각한다면 이 연주가 준 충격은 상당한 것
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우아하고 감상적인 왈츠'와 '소나티네'를 함께 수록
했던 이 음반은 유럽은 물론 일본에서도 '레코드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는 
등 굉장한 인기를 끌었는데 이 음반에서 가장 핵심적인 곡은 역시 "밤의 가
스파르"였다. 아르헤리치가 이 음반에서 취하고 있는 템포 자체는 그다지 
색다를 것이 없지만 일반적으로 굉장히 빠른 템포를 즐기는 이 피아니스트
로서는 특이한 경우인데, 여기에는 미켈란젤리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 같
다. 포고렐리치의 연주가 어느 정도 아르헤리치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면, 아르헤리치 역시 미켈란젤리의 템포감각에서부터 음색, 음악의 
기복에 이르기까지 굉장히 유사한 연주를 하고 있다는 것을 미켈란젤리의 
59년 연주와 비교하여 들어 보면 알 수 있다. 연주시간을 단순히 비교한다
면 미켈란젤리가 조금 빠르기는 하지만 "물의 요정"과 "교수대"를 비슷한 
시간에 걸쳐 연주한다는 점, "스카르보"를 9분이 훨씬 넘게 연주한다는 설
정에서 우선 두 연주자의 외면적인 유사함이 드러난다. 곡의 분위기를 지배
하는 음색과 그 흐름을 살펴보면 그 유사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물의 요
정"에서 아르헤리치가 들려주는 관능적인 음색은 미켈란젤리와 같은 흐름
을 가지고 있지만 한층 더 세련된 것이다. 곡 전체를 통해 일관되게 흐르
는 어두운 음색, 기복 없이 고르게 들려 오는 오른손의 패시지와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유려한 아르페지오 등, 기본적인 해석에서 미켈란젤리
의 연주와 흡사한 부분은 많이 찾아볼 수 있지만 여기에 아르헤리치의 유연
한 터치가 특유의 낭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간다. 녹음상태도 미켈란젤리
의 연주보다는 훨씬 좋기 때문에 아르헤리치쪽이 더 좋은 음반이 아닌가 하
는 생각도 들지만, 곡 전체를 통해 보았을 때 다이내믹의 진폭, 음악의 구
성력에서 미켈란젤리의 연주가 훨씬 앞서가고 있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 연
주의 완성도 또한 굉장히 높다. "물의 요정"의 클라이막스에 도달하기까지 
서서히 고조되는 전개과정이나,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은 듯 고르게 연주되
는 오른손의 물결같은 음형들, 자연스러운 흐름을 타면서도 클라이막스에서
의 화려한 느낌은 빠짐없이 살리고 있다는 점 등이 그렇다. 특히 "스카르
보"에서의 조심스러우면서도, 유려한 연주는 일품이다. 재미있는 것은 "스
카르보"의 클라이막스이다. 악보와는 상당히 동떨어진 연주를 하고 있지
만, 보면상의 지시를 고스란히 지킨 베레초프스키나 아쉬케나지의 연주보
다 훨씬 재미있는 효과를 올린다. 악보의 지시를 그대로 따른다면 563마디
째의 fff로 싱커페이션을 동반한 주제가 울려퍼지고 난 뒤 곧바로 16분음표
의 패시지가 이어지게 되어 있지만 아르헤리치는 주제선율의 두 번째 음을 
길게 연주하여 정점의 여운을 길게 끌고 이어지는 두 개의 16분음표를 급격
히 약하게 연주하여 박력있는 효과를 올린다. 미켈란젤리의 1959년 연주에
서는 강약에 있어서는 악보상의 지시를 완벽하게 이행하고 있지만 아르헤리
치와 마찬가지로 두 번째의 4분음표를 길게 연주하고 있어 이러한 부분을 
아르헤리치가 참고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참고로 미켈란젤리의 1987년 라이
브에서는 특별히 이 부분을 강조하지 않는다. 전체적인 템포가 굉장히 느리
게 잡힌 탓에 이 짧은 순간을 특별히 강조할 필요가 없었던 듯 하다. 아르
헤리치의 연주에서 아쉬운 것이 있다면 역시 "물의 요정"의 코다를 첫 음부
터 강하게 연주해 버린 것이라 하겠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터져나오는 포르
테 때문에 들을 때 마다 깜짝 깜짝 놀랄 정도이다. 라벨이 묘사하고자 한 
옹딘은 "스카르보"와는 엄연히 다르며, 적어도 이 부분에서만은 작곡자의 
지시를 충실히 지켜야 제대로 된 음악적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3. Ivo Pogorelich (piano) DG음반

이보 포고렐리치는 피아니스트로서의 데뷔과정도 그랬지만 이후 내놓는 음
반에서도 강렬한 개성으로 사람들의 찬반 양론을 불러일으키는 피아니스트
이다. 사실 그의 쇼팽 소나타라든가, 슈만, 베토벤의 연주는 기술적으로 매
우 안정된 연주임에도 불구하고 마음 편하게 '좋은 연주'라고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템포 설정과 터치에 자의적인 면을 드러내고 있으며 음악 외적
으로도 여러 가지 화제를 불러 일으키는 인물이기도 하다. 필자는 포고렐리
치의 연주를 그다지 높이 평가하지 않는 편인데, 그가 연주한 "밤의 가스파
르"를 듣는 동안만은 더 이상 불평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빼어난 연주를 들
려준다.일단 첫 번째 곡인 "물의 요정"을 시작하는 오른손의 패시지는 프랑
스와 (EMI)처럼 흐름을 불균일하게 가져가고 있어 가물거리는 듯한 음악적 
효과를 잘 살리고 있는데 프랑스와의 연주보다는 훨씬 감미롭고 차가운 음
색이 나오고 있으므로 이 곡에서 나타내고자 했던 풍경을 대단히 잘 나타
내 주고 있다. 오른손의 패시지를 타고 나오는 왼손의 멜로디는 다른 어떤 
연주자보다도 감미롭다. 소리가 날카롭지 않고 두툼한 질감을 가지고 있으
며 오른손의 기교가 처음으로 변화하는 부분 (15번째 마디)은 첫 머리 음형
을 강조한다는 태도를 분명히 취하고 있어 음악이 매우 자연스럽게 흘러가
고 있다. 17번째 마디에서부터 등장하는 아르페지오의 표현이 페를레뮈터 
(NIMBUS)나 아르헤리치 (DG)에 비해 유연함이 덜한 까닭에 파문이 퍼져나가
는 듯한 이미지의 전달은 약하지만 명료한 소리를 유지하면서 감미로움을 
잃지 않고 있다. 23번째 마디에서 부드럽게 상승하는 왼손의 스케일 이후 
등장하는 트레몰로에서는 갑작스럽게 딱딱한 표현으로 돌변하는데, 양손으
로 연주하게 되어 있는 이 트레몰로를 오른손만으로 연주하는 첫 머리와 구
별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이지만, 그다지 수긍이 가는 해석은 아니다. 53번
째 마디에서의 자잘한 장식음의 효과는 이 연주에서 일관해서 들을 수 있
는 달콤한 음색에 의해 대단히 자연스럽고 효과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음
악 전체의 다이내믹은 그다지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라벨이 이 음악에서 표
현하려 했던 이미지를 생각하면, 아르헤리치처럼 격렬한 다이내믹을 사용하
는 것 보다는 포고렐리치쪽이 훨씬 자연스럽게 들린다.곡의 클라이막스에
서 포고렐리치의 연주는 미켈란젤리 (PHILIPS)에 비해 색채적으로 빈약하다
는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이어지는 섬세한 장식음들의 맑은 소리는 페를레
뮈터를 능가하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이후에는 느린 템포가 주는 불균
일한 느낌을 가지고 오히려 이 곡이 가진 관능적이고 탐미적인 이미지를 최
대한 이끌어내고 있는데, 모놀로그가 시작되기 직전에 그 아름다움은 극에 
달한다. Tres lent의 모놀로그에서는 몸에 와 닿을 듯한 육감적인 터치를 
들려주고 있는데, 실망스럽게도 이어지는 코다는 ff로 시작하고 있다. 이 
부분은 이 연주의 최대 단점이라고 여겨지는 부분으로서 이후 계속되는 아
르페지오들이 극히 효과적이고 색채적으로 연주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갑
작스레 등장하는 ff는 너무도 아쉽다. 마지막 3마디의 연주만을 놓고 본다
면 포고렐리치의 "물의 요정"은 단연 최고이다. "교수대"의 연주 또한 독특
하다. 일반적으로 이 곡은 나른하게 표현되는 경우가 많은데, 포고렐리치
의 연주는 나른하다기보다는 공포스러울 정도로 긴장감을 잘 표현해 내고 
있는 것이다. 리듬 자체를 충실하게 지키고 있는 것은 아니어서 몇몇 부분
에서는 루바토를 강하게 사용하고 있는데 이 타이밍에 절묘하게 튀어나오
는 종소리 (B flat음)가 독특한 긴장감을 자아내는데에 큰 역할을 하고 있
다. 상당히 폭넓게 전개되는 양손의 화음이지만, 터치의 타이밍과 힘 조절
이 잘 되어 있어 무거운 느낌은 거의 받을 수 없다. 20번째 마디에서부터 
특징적인 하강음형이 등장하는데 ppp로 두터운 화음을 연주해야 하므로 작
곡자가 요구한 음산한 느낌을 표현하기가 대단히 난해한 부분이다.포고렐리
치의 연주는 소리가 강한 경향이 없지 않지만 이 악구 직전에 있는 액센트
를 매우 강하게, 페달포이트를 두고 연주하여 음악의 균형을 잡아내고 있
다. 무엇보다, 반복되는 종소리의 최면적인 효과가 빠짐없이 살아 있어 연
주의 핵심을 잃지 않고 있다는 점이 훌륭하다. 하지만 포고렐리치의 장점
이 가장 잘 살아나 있는 연주는 "스카르보"이다.음산한 곡의 첫 머리를 다
른 연주에 비해 건조하고 무뚝뚝하게 연주하고 있지만, 왼손의 연타음이 주
는 탄력있는 느낌은 "스카르보" 짖궂고, 괴상한 모습을 누구보다 잘 표현하
고 있다. 서서히 곡이 빨라지는 17번째 마디 이후 등장하는 트레몰로에서
는 작곡자의 지시와 매우 동떨어진 연주를 하고 있어서 조금 불만스럽다. 
트레몰로의 포르테가 너무 일찍 등장해서 너무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어서, 
일단 선명한 효과를 올리고 있기는 해도 작곡자가 의도했던것과 같은 긴장
감을 느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악보에 충실한 페를레뮈터나 미켈란젤리의 
연주를 들어 보면 금방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이어지는 격한 선율에 대
한 템포적용도 무척 흥미롭다. 오른손의 옥타브를 처음 제시될때는 느리
게, 잠시 후 반복될때는 음악의 흐름을 타고 빠르게 연주하고 있는데, 과거
에 프랑스와가 연주하는 쇼팽의 스케르초를 떠올리는 발상이다. 요컨데 격
렬한 흐름을 강조하기 위한 발상이라 할 수 있겠는데, 그렇게 본다면 곡이 
한동안 진행 된 후에 등장하는 동일한 주제에서는 느린 템포가 등장하지 않
았을 테지만, 포고렐리치는 변함 없이 느리게-빠르게의 템포를 사용하고 있
어 음악의 일관적인 흐름보다는 작은 부분들의 인상적인 표현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뒤이어 등장하는 악구들에서 포고렐리치의 연주는 더욱 
흥미진진하다. 굉장히 빠른 템포로 쉴새없이 밀어붙이고 있지만, 스타카토
로 등장하는 주제선율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깔끔하게 터치되어 강한 인상
을 남기며 80마디째에서 92마디에 이르는 패시지에서 왼손의 반주는 악보 
이상으로 과장되어 있기는 해도 악보에 숨어있다시피 했던 액센트를 잘 들
려주고 있어 재미있다. ppp의 트레몰로와 싱커페이션을 동반한 주제, 다시 
상승하는 트레몰로 등이 툭툭 끊어지면서 등장하다가 갑자기 격렬해지는 모
습, 장식음을 동반한 주제선율의 또렷하고 선명한 표현 등, 복잡하게 얽히
는 이 곡을 포고렐리치만큼 잘 풀어헤친 연주는 아마도 없을 듯 싶다.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기존의 연주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선명한 인
상을 주는 이 연주가 실제 악보보다 상당히 과장되어있는 것은 아닌가 하
는 의구심이다. 표현에 대한 포고렐리치의 의욕이 너무 적극적이었다고 할
까? 템포는 매우 이상적으로 잡혀있지만, 가끔 지나치게 격렬한 다이내믹
이 등장한다거나, 상당히 자의적으로 해석한 액센트가 등장할 때는 그 재미
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무심코 페를레뮈터의 견실한 연주를 떠올리게 할 때
도 있다. 이는 강렬한 개성에 대한 반사작용일지도 모른다. 뛰어난 음질과 
아름다운 음색, 연주자의 독특한 개성이 라벨의 음악적 성격과 잘 들어맞
은 좋은 예라 할 수 있겠다